감염성 바이러스 질환

이번 장에서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감염성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홍역을 일으키는 홍역 바이러스가 있고 입술과 생식기에서 발생하는 단순 포진 1형과 2형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수두와 대상 포진을 함께 일으키는 대상 포진 바이러스, 전염성 단핵구증을 일으키는 엡스타인 바르 바이러스와 자궁 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1. 홍역

홍역 바이러스(measles, rubeola)는 예방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질병에 의한 사망이 감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유행성 홍역은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하며 개발 도상국에서는 영양실조로 인해 어린이들의 홍역으로 인한 폐렴 사망률이 10~100배에 달합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이며 적혈구 응집소 단백과 결합하여 상부 호흡기 상피에서 증식하고 이후에 T 림프구, 포식 세포 등의 림프조직으로 퍼져 증식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혈류를 통하여 전신으로 퍼지게 됩니다.
홍역 환자의 얼굴, 몸과 사지에 생기는 피부 발진은 부종, 피부 혈관 확장, 비특이적 단핵구성 염증세포 침윤으로 생기는 현상입니다. 개구부 근처에 생기는 궤양성 점막 병변은 조직괴사를 동반하며 염증성 삼출물, 신생 혈관 형성 등의 소견을 보이기도 합니다. 림프 조직은 특징적으로 심한 여포성 증식, 배중심 확장, 다핵성 거대 세포의 침윤이 있고, 거대 세포는 홍역의 진단적 소견으로서 폐와 객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 단순 포진과 음부 포진 감염증

단순 포진(Herpes simplex virus, HSV-1)은 키스와 같은 물리적인 접촉에 의해 전파되어 가족이나 연인들 사이에서 많이 퍼지게 됩니다. 신생아가 태반을 통하여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한 Ig G 항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이 면역이 없어지게 되고 45세 정도가 되면 새롭게 감염될 수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특별한 임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음부 헤르페스(Herpes genitalis, HSV-2)는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또는 출생 시 모체로부터 감염되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염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임상적 증상은 피부 또는 점막에 수포 발생, 심한 중추 신경계 병터, 내부 장기의 국소 기회감염 등이 생일 수 있습니다. 헤르페스병터의 특징은 핵 내 봉입체 형성으로, 핵 내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함에 따라 염색질이 엷은 자주색을 띠며 그 형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핵막 주위로 염색질이 모이게 되고 핵의 중심에는 바이러스 입자와 조직 파편이 모여 커다란 호산성 봉입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와 핵의 크기가 약간 증가하게 되고 다핵 세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핵 세포는 수포액의 도말 표본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헤르페스 감염을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발열 수포나 입술 헤르페스는 입술이나 콧구멍 주위 등 피부 얼굴 점막 근처에서 잘 발생합니다. 성기 헤르페스는 외부 생식기와 성기 점막에 소포를 형성하고 얕은 궤양을 형성하게 됩니다. 헤르페스 결막염은 재발성이 높으며 세균에 의한 중복 감염을 일으켜 각막 혼탁이나 심부염증을 일으켜 실명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단순 헤르페스 뇌염은 HSV-1에 의해 발생하며, 피부 발진 없이 뇌에 출혈성 괴사를 일으키므로 아주 치명적입니다.

 

3. 수두와 대상 포진

수두와 대상 포진은 외관상 별개의 질환이지만 두 질환 모두 대상 포진 바이러스(Herpes zoster virus, Varicella-Zoster virus)에 의해 발생합니다.

수두는 공기로 전염되는 급성 접촉정 감염 질환이며 혈액을 타고 퍼져서 2주가 지나면 소포성 피부 발진을 나타내는 전신성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건강한 어린이에게서는 특별한 후유증이 남지 않으나 면역 결핍증 환자에서는 뇌염이나 폐렴 및 자색반성의 피부 병터를 동반한 전신 장기 병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병터는 몸에서 시작하여 얼굴 및 상하지로 퍼지며 동시 다발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천연두와 다른 점입니다. 대상 포진은 수두를 앓은 후, 배신경근절에 대상 포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활성화되어 생기는데 이때 바이러스가 신경절에서 이 신경이 지배하고 있는 피부 영역으로 퍼져서 국소적 소포 발진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는 수두와 비슷하나, 보통은 심하게 가렵고 따갑거나 타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는데 신경근신경염 때문입니다.

수두나 대상 포진의 소포 형태는 HSV-1 감염 소견과 같으며 핵 내 봉입체의 특징도 비슷합니다. 수두의 소포는 상피 내에 있으며 재생에 의해 치유되기 때문에 흉터를 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포가 외상성으로 파열되면 세균이 중복으로 감염되어 기저 세포층을 파괴하게 됩니다. 대상 포진은 각 신경절에 주로 단핵 세포가 침윤하며 신경원과 지지세포들에 특징적인 핵 내 헤르페스 봉입체를 갖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두 바이러스

 

4. 전염성 단핵구증

전염성 단핵구증은 Epstein Barr virus(EBV)에 의해 발생하는 양성 자기 제어적 림프 증식 질환입니다. 이 질환의 특징은 발열, 인후통, 비장 비대, 림프절 병터, 비정형 활성화 T 세포의 출현입니다. 전염 단핵구증은 비장과 간을 침범하는데 가끔 심장이나 폐, 신장 등 조혈 기관과 중추 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염 단핵구증이 거의 발병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전염 단핵구증이 생기는 15~25세 이전에 거의 전부가 EBV에 감염되어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 없고 어려서 감염되면 단핵구증이 아니라 감기처럼 발현하기 때문입니다.

EBV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며 보통 키스에 의해서 감염되어 타액으로 전파됩니다. 감수성 있는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침범한 후 침샘 상피 세포에서 복제한 후 바이러스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B 세포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러 차례 복제를 한 후 혈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지고 이 결과 바이러스 혈증과 감염된 B 세포의 파괴는 특이한 면역 반응을 일으킵니다. 항체가 출현하면 혈중 바이러스는 소멸되고, 바이러스 단백 외각 항원에 대한 Ig M과 Ig G가 생성되어 감염 후 2주에 절정을 이루며 일생 동안 남아 있게 됩니다.

 

병리학적 소견으로는 현미경 관찰 시 세포질에 작은 공포를 형성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상 세포 발견만으로 전염 단핵구증을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특성입니다. 비장은 정상 크기의 약 2~3배가량 커지며 단면은 울혈상을 나타냅니다. 면역 자극된 림프구가 주위에 많이 축적되는데 이 세포들이 피막을 침윤하여 이로 인해 비장이 쉽게 파열되기도 합니다. 병리 소견에서 문맥 및 동양구조의 비정상 단핵구 침윤 및 산재된 단핵구성 실질 괴사가 관찰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바이러스 감염과 감별하기가 어렵습니다.

 

5.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es, HPV)는 껍질이 없는 DNA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유두종(사마귀), 피부의 양성 편평 상피 종양 등을 일으키는데 고위험군에 속하는 HPV는 자궁 경부와 외음부의 편평 세포 암종으로 진행되는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유두종 바이러스는 피부나 성기의 접촉으로 전파되는데 바이러스의 배양이 안 되므로 바이러스의 생활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유두종 바이러스는 초기에 상피의 기저 세포에 감염되나 이 세포에서는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이 제한됩니다. 상피 세포가 분화함에 따라 추가적인 HPV 유전자가 발현됩니다. 성숙된 바이러스 입자는 과립 세포층에서 생성되어 각화 세포층으로 방출됩니다. 상피의 표층에서 HPV 감염의 특징인 핵 주위 공포를 가지는 세포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상 각화증과 공동 세포의 출현이 HPV 감염에 따른 세포 변화입니다.

대표적인 저위험군으로는 6형과 11형이 있고 고위험군은 16,18,31,35,45 형 등이 있습니다. 저위험군은 콘딜로마인 생식기 사마귀만 일으켜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고위험군은 자궁경부암이나 항문, 생식기암과 같은 악성 세포로 성장할 수 있어 HPV 백신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