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읽는 이야기

임상병리사가 알려주는 기초 병리학, 질환, 병리 검사 결과, 건강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병리학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각종 질병의 원인과 기전을 분석하여 질병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학문으로 질병을 다루는 의생명과학의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보아요.

  • 2026. 10. 10.

    by. 윰리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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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지에서 'HPV 양성'이라는 글자를 보면 대부분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약은 없나요?", "어떻게 하면 빨리 없어지나요?" 그리고 검색을 하다 보면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 이야기가 끝없이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HPV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것이 AHCC라는 버섯 추출물입니다. 그런데 정작 HPV를 직접 없애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는 사실을 먼저 알고 계셔야 합니다. 결국 HPV를 몰아내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력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면역력이 제 역할을 하도록 방해 요소를 줄이는 것입니다. 오늘은 HPV를 면역력으로 이겨내기 위해 실제로 근거가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AHCC 영양제는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목차

      • HPV는 대부분 저절로 사라집니다
      • 왜 어떤 사람은 HPV가 오래 남을까
      • 면역력으로 HPV를 이겨내는 생활 습관
      • AHCC는 어떤 영양제일까
      • AHCC 연구 결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 AHCC를 먹기 전에 꼭 알아둘 점
      • 영양제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 마무리

      HPV는 대부분 저절로 사라집니다

      HPV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으면 곧 암이 생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HPV 감염의 10명 중 9명은 2년 안에 저절로 사라집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정리하기 때문입니다.

      일시적 감염 감염 후 1~2년 안에 면역력으로 사라짐,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
      지속 감염 같은 고위험형 HPV가 1~2년 이상 계속 검출되는 상태
      문제가 되는 경우 고위험형 HPV의 지속 감염이 세포 변화(LSIL, HSIL)로 이어질 때

       

      병리과에서 세포검사 슬라이드를 보다 보면, 1년 전 LSIL로 판독됐던 분이 다음 검사에서 깨끗한 정상 세포로 돌아와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봅니다. 또한 1~2년 전에 HPV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도 후엔 HPV 음성을 받게 되어 정기 검진만 꾸준히 받고 계시는 분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 사이에 특별한 약을 쓴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바이러스를 이겨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HPV 양성 판정 후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기에 추적 검사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왜 어떤 사람은 HPV가 오래 남을까

      같은 HPV에 감염돼도 어떤 사람은 금방 사라지고, 어떤 사람은 몇 년씩 남아 있습니다. 지속 감염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HPV 유형 16번, 18번 같은 초고위험군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는 경향
      흡연 자궁경부 점막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소멸을 늦춤
      면역 저하 면역억제제 복용, 장기이식, HIV 감염 등
      나이 젊을수록 잘 사라지고, 30대 이후 지속 감염 비율이 높아짐
      재감염 새로운 유형에 반복 노출되는 경우

      이 중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바로 면역력을 지키는 생활 습관입니다.

       

      면역력으로 HPV를 이겨내는 생활 습관

      ▶ 금연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HPV 소멸과 관련해 근거가 가장 뚜렷한 생활 습관은 금연입니다. 담배 속 유해 물질은 자궁경부 점막까지 도달해 그곳의 면역 세포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중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년 안에 HPV가 사라진 비율이 비흡연자는 60명 중 46명이었지만, 흡연자는 20명 중 10명에 그쳤습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HPV가 사라질 가능성이 약 절반 수준이었고, 하루에 피우는 양이 많고 흡연 기간이 길수록 그 차이는 더 커졌습니다.

      HPV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금연은 영양제보다 먼저 시작해야 할 일입니다.

       

      ▶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수면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면역 세포의 활동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HPV 소멸에 직접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 균형 잡힌 식사

      엽산, 비타민 A·C·E, 카로티노이드 같은 영양소가 부족한 사람에서 HPV 지속 감염이 더 많았다는 관찰 연구들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영양소를 영양제로 따로 먹었을 때 HPV가 더 빨리 사라진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특정 성분을 고용량으로 챙기기보다 채소, 과일, 단백질을 골고루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 재감염 줄이기

      HPV를 이겨내는 동안 새로운 유형에 다시 노출되면 그만큼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콘돔 사용은 HPV를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지만 전파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활습과 근거 수준 한 줄 정리
      금연 높음 흡연은 HPV 소멸을 늦춘다는 연구가 꾸준히 보고됨
      균형 잡힌 식사 관찰 연구 수준 영양 결핍은 피하되, 고용량 영양제 효과는 불확실
      수면·스트레스 관리 간접 근거 면역 기능 유지에 도움
      콘돔 사용 중간 재감염과 전파 위험을 줄임

       

      AHCC는 어떤 영양제일까

      AHCC(Active Hexose Correlated Compound)는 일본에서 개발된 버섯 균사체 배양 추출물입니다. 표고버섯 등 버섯류의 균사체를 배양해 얻은 성분으로, 다당류의 일종인 알파 글루칸이 주성분입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면역 관련 건강식품으로 판매돼 왔고,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나 일부 제품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AHCC가 HPV와 함께 이야기되는 이유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나 T세포 같은 면역 세포의 활동을 돕는다는 연구들이 있었고, 실제로 HPV 지속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검색할 때 'AJCC'로 잘못 찾는 경우가 있는데, AJCC는 미국암연합위원회의 암 병기 분류 기준을 뜻하는 전혀 다른 용어입니다. 영양제 이름은 AHCC입니다.

       

      AHCC 연구 결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는 미국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센터(UTHealth)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임상 2상 연구입니다.

      대상 고위험형 HPV가 2년 이상 지속된 여성
      연구 방식 무작위 배정,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임상 2상
      복용 방법 AHCC 하루 3g, 공복에 6개월 복용 후 6개월 위약
      AHCC 그룹 22명 중 14명(63.6%) HPV 음성 전환
      위약 그룹 19명 중 2명(10.5%) HPV 음성 전환
      효과 지속 음성 전환된 14명 중 9명은 복용 중단 6개월 후에도 음성 유지
      부작용 심각한 부작용 보고 없음

       

      결과만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해석할 때 꼭 알아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연구를 끝까지 마친 사람이 41명으로 매우 적습니다. 이 정도 규모로는 우연에 의한 차이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임상 2상 단계입니다. 효과를 확정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3상 연구가 필요한데, 아직 대규모 확증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셋째, 음성 전환된 사람 중 일부는 복용을 멈춘 뒤 다시 양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연구팀도 첫 음성 결과 이후 얼마나 더 먹어야 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책임자도 "AHCC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AHCC는 가능성을 보여준 단계이지, HPV 치료제로 인정받은 성분은 아닙니다.

       

      AHCC를 먹기 전에 꼭 알아둘 점

      AHCC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 사항을 먼저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할 점 이유
      담당 의사와 상의 복용 중인 약, 기저질환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음
      면역억제제 복용 중 면역을 자극하는 성분이라 약 효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
      항암 치료 중 항암제와의 상호작용 확인 필요
      임신·수유 중 안전성 자료가 충분하지 않음
      제품 성분과 함량 연구에 쓰인 것은 특정 제조사 제품 하루 3g, 시중 제품마다 함량이 다름
      비용 연구 용량 기준으로 복용하면 한 달 비용 부담이 작지 않음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HPV 제거'나 'HPV 소멸' 기능을 인정한 영양제 원료는 없다는 것입니다. 광고에서 HPV를 없애준다고 단정하는 제품이 있다면 한 번 더 의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양제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HPV 양성 판정 후 가장 확실하게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영양제가 아니라 정기 추적 검사입니다. HPV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 6개월~1년 주기로 HPV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HPV가 남아 있더라도 세포 변화를 HSIL 단계에서 발견하면 원추절제술 같은 간단한 치료로 대부분 완치되기 때문입니다.

      우선순위 할 일
      가장 먼저 의료진이 안내한 시기에 세포검사와 HPV 검사 받기
      함께 금연,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상담 후 고려 HPV 백신 접종 (이미 감염된 유형은 치료하지 못하지만 다른 유형 감염을 예방)
      선택 사항 AHCC 같은 영양제는 의사와 상의 후 보조적으로

       

      HPV 백신은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를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 감염되지 않은 다른 고위험형 유형을 막아줄 수 있고, 원추절제술을 받은 뒤 백신을 맞은 여성에서 재발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나이와 상황에 따라 접종 여부를 산부인과에서 상담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병리과에서 일하다 보면 정기 검진을 꾸준히 받은 분들의 슬라이드에서는 대부분 LSIL이나 HSIL 같은 이른 단계에서 변화가 발견됩니다. 검진을 오래 거른 분들에게서 더 진행된 병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가장 강력한 예방은 꾸준한 검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

      HPV는 대부분 우리 몸의 면역력으로 2년 안에 저절로 사라지는 바이러스입니다. 그 과정을 돕기 위해 가장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금연이고,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가 기본을 받쳐줍니다. AHCC는 HPV 지속 감염 환자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가 있지만, 아직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2상 연구 단계라 치료제처럼 기대하기는 이릅니다. 영양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보조적으로 활용하되, 무엇보다 정해진 시기에 추적 검사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치료와 영양제 복용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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